가슴 아픈 사람은 다 소리를 낸다. 우리 주위에는 부모도 없이 살아가는 가슴 아픈
어린아이들이 있다. 소년 소녀 가장들이 흘리는 눈물 소리는 가슴 아픈 소리다.
어린 시절, 나는 밤이면 맹인들이 생존을 위해 부는 피리 소리를 들었다. 가슴 아픈
소리였다. 길에서 구걸하기 위해 울어 대는 하모니카 소리와 바이올린 소리도 가슴
아픈 소리였다.

얼마 전에 브라질에 갔을 때, 나는 원주민들이 부는 피리 소리에 감탄했다. 그들은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정식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평생 동안 피리를 불며 살았다. 그들의 피리 소리가 왜 그토록 애처롭고,
피부 깊숙이 파고드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그들의 피리 소리는 예술 활동이 아닌
생존을 위한 울림이기 때문이었다. 피리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온 몸에 담긴 애
환을 토해 내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부는 피리 소리는 깊은 영혼을 울
리는 음악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일 년에 두 번씩 가슴 아픈 소리를 듣고 자랐다. 어머니는 젊은 날을
한 맺힌 여인처럼 사신 분이다. 그래서인지 일년에 두 번씩은 꼭 한을 푸는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리셨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 푸는 어머니의 울음소리
를 들을 때면 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경험했다. 철렁 무너져 내린 가슴을
붙잡고 집에 들어서면 어머니 손에 들려진 큰 소주병을 볼 수 있었다. 거의 3분의 2
를 마신 채 흐느끼는 어머니의 모습이 애처로웠다. 아무도 어머니를 말릴 수 없었다.
가난, 설움 그리고 고통으로 쌓인 어머니의 한은 눈물과 함께 가슴 아픈 소리가 되어
집 안에 울려 퍼지곤 했다. 그렇게 하루를 울고 나면 어머니는 반 년을 버티었다.

그러나 가슴 아픈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다 불행한 것은 아니다. 어머니는 그 아픔
때문에 하나님을 만났다. 그리고 하나님을 만난 후로 더는 가슴 아픈 소리를 내지 않
았다. 술도 마시지 않았다. 어머니의 쌓인 한은 하나님을 만나면서 강렬한 소원으로
변했다. 이제 팔십이 넘은 어머니는 한나와 같이 무서운 집념으로 기도하는 어머니가
되었다. 나는 어머니의 기도를 먹으며 살고 있다.

그래서 가슴 아픈 소리를 내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아픈 상처를 품고 진주를 만들
어 낸다. 원한을 기도로 승화시키고 찬송으로 변화시킬 줄 안다. 가난과 고난 때문에
가슴 아픈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여, 우리 낙심하지 말자. 그 고통 때문에 하나님을 만
난 것을 감사하자. 인생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후에 웃는 자가 최후의 승리
자임을 기억하며 힘껏 달려가자.


- 강준민 저 <가슴 아픈 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행복>(두란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