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랜즈버그 지음/바다출판사/329쪽/11,800원)

탄산음료가 같은 용량의 가솔린보다 네배나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왜 대기업들은 수억원을 지불하고 유명인들을 광고 모델로 삼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것일까. 안전벨트 착용, 이중 브레이크 시스템 장착 등 자동차 안전에 관한 광범위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했는데도 왜 더 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이같은 다양한 수수께끼에 직면하고 나름대로 그 해답을 생각해본다.

뉴욕 로체스터 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스티븐 렌즈버그가 저술한 ‘런치타임 경제학’은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의문과 수수께끼들에 대해 경제학의 관점에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흔히 경제학의 목적은 수수께끼로 가득 찬 세상을 이해하고 해답을 구하는 것이며 이러한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은 모든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말로 간단하게 처리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이러한 질문들은 하나 같이 간단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저자는 경제학 뿐만 아니라 심리학 등 연관 학문들을 토대로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왜 기업들은 많은 돈을 지불하며 유명인들을 광고 모델로 삼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것일까. 단순히 판매 증진을 위해서일까. 여행가방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많은 제조업체들이 여행가방을 제조하고 각기 다양한 판매전략을 구사한다. 그런데 일부 업체들은 품질이 낮은 제품을 생산하여 한 몫을 챙긴 뒤 저질 상품임이 시장에 알려지기 전에 시장에서 빠져 나온다.

한편 다른 업체들은 장기적 전략을 채택하여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해줄 때까지 기다리고 결국 시장에서 성공한다. 이처럼 장기적 전략을 채택한 기업은 자사가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야 하며 유명인사를 광고 모델로 쓰는 것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수수께끼. 강력한 자동차 안전 법률을 시행할 때 교통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것은 자동차의 안전성이 높아지면 운전자가 이전보다 부주의하게 운전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시속 100㎞로 달릴 때보다 시속 30㎞로 달릴 때 카세트테이프를 더많이 뒤적거린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수수께끼들을 ‘보이지 않는 손’, ‘한계효용’, ‘정보의 비대칭’ 등 경제학의 주요 개념들을 이용하여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한정된 지면에 너무 많은 개념을 소개하려는 저자의 욕심 탓에 전체 내용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점이 아쉽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해 그 본질을 이해하고 전반적으로 체계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