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 랜드에서 30년 동안 카누 여행 가이드로서 생계를 꾸려온 저자 알렉스 홀. 그는 “그곳의 구석구석을 아무리 길고 번지르르한 말로 묘사한다 해도 그 존재 자체가 주는 경외감을 제대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캐나다 북극의 중심부, 배러 랜드
배러 랜드는 허드슨 만 서쪽의 거대한 삼각형 지대로, 텍사스 주나 앨버타 주 두 배 정도 크기의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넓은 야생 지대이다. 수백 수천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원시의 땅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험난하며 가장 외딴 곳이자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살아 숨 쉬는 에덴, 기적의 땅
배런 랜드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겨울이 가장 길고, 춥고, 어두운 곳이며, 큰 강은 얼음이 2.5미터 두께로 얼어서 8월까지 녹지 않기도 한다. 여름은 짧은 대신 매우 강렬하고, 백야 현상이 나타난다. 1년 중 가장 쾌적하다는 7월이라도 낮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다가 밤에는 10도까지 급격하게 떨어진다. 여름은 뜨거운 열기, 작열하는 태양, 성가신 벌레, 이따금 찾아오는 폭풍우, 순식간에 주변을 써늘하게 만드는 강풍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것들만 보면 좋은 점이라고는 하나 없어 보이는 섬이지만 신기하게도 직접 경험해보면 에덴으로 변한다. 이보다 아름다운 곳이 없고, 이만큼 가고 싶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토록 강렬한 곳으로 만드는 요인이 무엇일까? 구불구불 이어지는 초록빛 툰드라 언덕, 청명한 공기, 선명한 푸른색 강과 호수, 모래 해변, 삼림순록 떼,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야생화들, 진홍빛 가을, 눈부신 태양이 내리쬐는 건조한 여름, 거대한 하늘 그리고 바람이 있는 에덴 같은 땅을 상상해보라.

또한 이곳은 온갖 다양한 생명체로 활기가 넘친다. 수백만 마리의 기러기를 포함해서 셀 수도 없이 많은 새들의 번식지이자 수많은 초식 동물 무리가 이동하는 모습과 그 뒤를 쫓는 포식자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평선까지 가득 채운 삼림순록 무리, 사향소, 늑대, 울버린, 회색곰 등 황무지처럼 보이는 땅이 사실은 동물원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바위 언덕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숱한 강줄기와 사문석 그리고 모래로 이루어진 에스커(esker, 빙하가 흐르는 방향으로 형성된 둑 모양의 지형)도 장관을 이루고 있다.

현대사회의 콘크리트 정글과 오염된 공기를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완벽한 야생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 『세상의 끝에서 에덴을 발견하다』 중에서
(알렉스 홀 지음 / 눈과마음 / 320쪽 / 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