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 지음/다른세상/341쪽/18,000원)


스테이크 맛을 결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좋은 고기, 감미로운 와인, 그릴이나 석쇠, 불의 조절, 갖은 양념 등 다양한 주변 재료와 요리 방법에 따라 스테이크 맛이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이 좋은 재료들을 일정한 수준으로 조절할 수 있는 훌륭한 요리사가 있어야만 손끝에서 빚어내는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과연 스테이크 중에서 백미로 꼽히는 요리는 소의 어느 부위를 이용해 만든 것일까? 프랑스 요리사들이 단연 추천하는 스테이크는 바로 샤토브리앙 스테이크이다. 이것은 소의 옆구리 부분을 이용해 만든 것인데 소 한 마리에 경 400그램 정도밖에 나오지 않고 좋은 육질과 탁월한 맛을 자랑한다.

이 요리의 이름은 프랑스 19세기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귀족이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낭만주의 문학가 프랑수와 르네 드 샤토브리앙이 즐겨 먹었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샤토브리앙은 1768년 브르타뉴 지방의 생말로라는 아름다운 해변 도시에서 태어났다. 샤토브리앙이라는 요리 이름과 그의 문학적 자취로 인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생말로는 1976년 루이지 코지 감독이 만든 영화 <라스트 콘서트>의 배경이 되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손가락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진 피아니스트 리차드와 백혈병에 걸린 스텔라의 해맑고 순수한 사랑을 다룬 영화 이야기가 마을 곳곳에 스며 있어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뜻깊은 추억을 선사한다.

기차역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가는 성 입구를 제외하면 성곽을 따라 형성된 마을은 육로로는 어느 방면에서도 침입할 수 없는 완벽한 요새이다. 과거 바이킹과 해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높다란 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앞에는 수많은 요트와 선박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생말로는 샤토브리앙 외에도 캐나다를 발견한 자크 카르티에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탄생 4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84년부터 4년마다 캐나다 퀘벡 성 로렌스에서 출발해 생말로까지 오는 "대서양 횡단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 기간 동안 생말로는 형형색색 요트들의 물결과 황금 모래 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성곽 위,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을 향해 머리를 돌리면 눈앞에 두 개의 작은 섬이 보인다. 하나는 내셔널 포트라는 작은 섬이고, 다른 하나는 샤토브리앙의 묘가 있는 그랑 베라는 섬이다. 특히 그랑 베에 가면 작은 회색 돌로 만든 십자가가 세워진 샤토브리앙의 묘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을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등대 근처에는 산책을 즐기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일광욕을 하는 사람 등 해변이 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생말로의 마을 풍경은 가장 아름답다. 그래서 항상 등대 주변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태훈의 뷰티풀 유럽 여행』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