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활 지음/예담/279쪽/15,000원)

천재들이 만든 예술의 도시, 라이프치히 구 시청사에서 남쪽 방향으로 걷다 보면 그리마이셰 거리가 나온다. 이 거리 동쪽 광장 끝에 그 유명한 성 토마스 교회가 고색창연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 교회에서 바흐는 1723년부터 27년 동안 오르가니스트 겸 지휘자로 있었다.

아이제나흐에서 태어난 바흐는 15세에 뤼네부르크의 성 미카엘 교회 성가대원으로 시작하여 아른슈타트와 뮐하우젠에서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바이마르, 쾨텐 등에서 생활하며 65세의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줄곧 성 토마스 교회에 봉사하며 라이프치히에 머물렀다. 바흐는 라이프치히 동쪽에 있는 성 요한 교회에 묻혔다가 1950년 서거 200주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곳 성 토마스 교회로 옮겨졌다.

성 토마스 교회는 원래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규범에 기초한 수도원으로서, 1212년에 지어졌으나 수도원 일부가 파괴되자 15세기 후반부터는 현재의 고딕식 교회로 바뀌었다. 바흐의 음악이 들리는 가운데 장중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교회 내부에 들어서면 바흐와 멘델스존, 마르틴 루터, 제1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이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그곳 제단 아래 바흐의 유해가 묻혀 있는데,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라고 새겨진 동판 앞에는 항상 꽃이 놓여져 있다.

바흐는 생전에 오르가니스트로서는 인정받았지만 작곡가로서는 큰 명성을 얻지 못했다. 이로 인해 그의 음악들은 완전히 잊혀지고 있었으나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바흐 부활운동" 덕에 주목받게 되었다. 또한 요한 니콜라우스 포르켈에 의해 씌어 그의 전기가 1802년에 출판되고 새롭게 발굴된 <마태수난곡>이 멘델스존에 의해 베를린에서 연주되어 바흐 음악은 완전히 부활했다.

바흐는 음악을 중시 여기는 루터파 교회인 성 토마스 교회의 주일예배를 위해, 매주 한 곡씩 곡을 만들어 4년 간 200여 작품을 남겼다. 이렇게 종교음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바흐는 특히 종교 성악곡을 많이 남겼는데, 이곳에서 불멸의 명곡 <마태수난곡>과 <요한수난곡>을 탄생시켰으며 265곡에 달하는 칸타타를 만들었다. 또한 수많은 행사에 필요한 오라토리오, 수난곡, 모테트, 코랄 등을 작곡하기도 했다.

라이프치히에서는 매년 "바흐 페스티벌"을 개최하는데, 이 기간 내내 잘 짜인 프로그램으로 바흐 음악의 세계적인 메카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2000년 "바흐 페스티벌 라이프치히 2000"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바흐 축제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도 초청되어 연주한 바 있다.

- 『유럽 클래식 산책』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