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관 지음/예담/272쪽/15,000원)


나이아가라 폭포를 직접 보고 와서 시시하다고 말하는 한국인들 중에는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의 하이라이트인 "안개의 숙녀호(Maid of the Mist)"를 타보지 않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안개의 숙녀호"를 타고 강물을 거슬러올라가 100미터 이상의 낙차에서 쏟아지는 우레와 같은 폭포수를 한 번이라도 본다면 "시시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토론토 시민들은 봄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장 좋아한다. 나이아가라 공원의 꽃과 정원을 음미하면서 나이아가라 강에 뜨는 무지개와 포말이 만들어내는 안개를 보노라면 폭포수 같은 생의 환희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나는 나이아가라의 비경은 겨울에 있다고 단언한다. 겨울철 나이아가라 폭포는 단단하게 얼어붙는데, 얼어붙은 폭포수는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거품덩이처럼 보인다. 겨울 나이아가라의 비경을 맛보려면 미국 뉴욕 주 영토인 고트(Goat) 섬에 가야 하는데, 이 섬에서 캐나다 폭포를 바로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곳이 "테러빈 포인트"이다. 12∼2월 사이에 이곳에 가면 듣도 보도 못한 비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크고 작은 나무들은 모든 가지에 얼음을 이고 있는 듯한데, 강 표면의 낮은 온도로 인해 가지에 눈이 쌓인 상태에서 그대로 얼어붙은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쉬지 않고 툭툭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뭇가지에서 얼므이 떨어져 내리는 소리다. 봄, 여름, 가을에는 푸르른 잔디로 뒤덮였던 나무 사이사이의 잔디밭이 어느새 얼음의 바다로 변해 있다. 눈이 아닌 얼음의 바다이다. 이런 기막힌 장관은 산책로를 따라 쓰리 시스터즈(three sisters) 섬까지 이어진다.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겨울철에 얼어붙은 나이아가라를 감상해 보아야 한다. 겨울밤 얼어붙은 폭포를 무대로 펼쳐지는 야간조명쇼가 가히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시작해 토론토, 킹스턴, 오타와, 몬트리올을 거쳐 퀘벡 시로 이어지는 약 800km의 단풍나무 숲길이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메이플로드이다. 메이플로드의 진수를 만끽하려면 기차가 아닌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그곳에 가면 마치 질주하는 자동차들이 화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한번은 몬트리올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해 오타와로 간 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석양녘이어서 단풍나무길 위에 펼쳐진 하늘이 노을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하늘이 바다가 되어 단풍나무길을 반사시키는 것 같았다.

메이플로드는 흔히 설악산이나 내장산 단풍을 묘사할 때 등장하는 형형색색의 조화와는 거리가 멀며, 가장 강렬하고 황홀한 단색을 띤다. 단풍 잎사귀 하나로 국기를 디자인하고 또 이를 과감하게 국기로 채택한 그 감각과 결단은 캐나다가 왜 캐나다인지를 깨닫게 한다.

- 『풍요와 기회의 나라, 캐나다 기행』 중에서